일상 daily life 日常

나의 20대를 기획하고 만드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브랜딩)

ja you 2021. 12. 29. 00:28

한국으로 귀국하기 몇 달 전부터 불안했다. 예전같으면, 이미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여 다음 계획을 세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디에도 무엇에도 마음이 향하지 않았다. 이 감정은 나를 매우 당황시켰고 한국와서 격리기간이 끝날 때 까지 계속되었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경험해왔던 영역인 [브랜딩] 또는 [기획]에 대해 머뭇거렸다. 지금 나는 열망을 잃고 무언가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쏟을 에너지도 없었다. 더 중요한 건, 나는 내가 가진 기술과 경험/경력이 자잘자잘하고 애매하다고 해석했다. 넓은 영역을 다루지만 그래서 전문적이지 않다고 단정지었다.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구직 사이트에 몇 시간을 머무르며, 어느 분야에 지원해야 할지 막막했다. 나의 '사회적인 어떤 한 부분'에 대해 정의내리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희망을 가지고서, 지쳐있는 스스로를 질질 끌어, 책상 앞에 앉혔고 브랜딩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공부를 하면서, 몇 년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의문과 막막함이 풀렸고 꺼져있던 나의 열망이 불 타기 시작했다. 내가 "애매하다"고 정의내릴때, 하나님은 "다재다능하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이브리드형 디자이너'의 개념을 알게 되고, 의도적이지 않게 항상 매력적으로 느낀 '브랜딩'의 진정한 정의를 알게 되었다. 본인 만의 감각과 스타일이 중요한 그래픽 디자이너와 철저하게 데이터와 사용자의 중심으로 하는 UX/UI산업디자이너의 사이. 그 중간 지점이 브랜드 디자이너의 영역이며, 아티스트 같은 창의적인 면모도 중요하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냉철한 기획자 같기도 하다는 브랜드 디자이너이다. 브랜딩은 작업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영역을 다루며, 하이브리형 디자이너와의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개념과 정의를 배우면서 내 정체성의 한 부분을 가려왔던 뿌연 안개가 걷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서, 나의 모든 걸음들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고등학생때 이과였던 내가 갑자기 디자인과로 전향하여 대학교에 지원하게 되고, 거기다 지원과정에서 잘못 이해해서 시각 디자인이 아닌 미디어 디자인을 지원하게 되었다. 우연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편집, 사운드 디자인 기술을 배웠다. (참고로 그 당시에는, 유투브라는 앱도 유투버라는 직업 개념도 없었다.) 대학 4학년에 우연히 수강한 '창업' 강의를 통해 친구와 문화기획사를 창업하면서 기술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이 당시에는, '청년창업' 개념이 막 일어나기 전이였다.) 그 뒤로도 정부, 여러 기업 등에서 브랜딩과 그래픽 디자인 등 여러 작업들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내 계획 안에 의도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였다. 그러니 하나님이 이끄셨다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이 끌리는 곳을 선택했을 뿐이다. 내 선택에 후회한 적도 있고 많이 힘들어한 적도 있다. 정말 신기하다. 20살 부모님의 아래에서 자유와 책임을 가지게 되자마자 내가 내렸던 선택들이 모두 '브랜드 디자이너'를 향하고 있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그것을 원했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 그리고 나의 직관력과 감각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어했던 일들이 항상 남들보다 조금 앞서갔다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내 마음이 가는 것을 따라갈 생각이다. 3년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은 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것이 기반이 된 마음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멋진 기획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로 만들어가는 것 말이다.

 

내 20대를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드리는 밤이다. 하나님이 내 20대에 함께 하셨음을 느껴서 행복하다. 그리고 30대의 나와 함께 하신다고 하시는 그 말씀에 감사하다. 나는 더이상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하나님 지금 나와 함께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하나님, 당신의 일하심을 제가 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하나님은 나와 언제나 함께 하시니까.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아멘 :-)